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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힘든 봉사를 추천하는 이유(경험담)

by 공준모(공군 준비의 모든 것) 2025. 1. 13.

봉사 활동은 학교 수업, 졸업 요건, 군대 지원, 취업 등 여러 목적에 의해 필요하죠? 저 역시 학교에서 수강한 봉사 수업의 학점을 따기 위해, 공군에 지원하기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여러 봉사를 해보았답니다. 그런데 단순히 과제 정도로만 여겼던 봉사활동에서 저는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과 가져보지 못한 시야를 가질 수 있었어요. 과연 어떤 이유로 편한 것보다는 힘든 봉사를 더 추천하는지, 지금부터 알려드릴게요.

 

1365는 기본

봉사활동을 하기 위한 기본 중에 기본, 바로 1365 자원봉사포털입니다. 해당 사이트에 우선 회원가입을 하신 후,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찾아보기 시작해야 해요. 시간인증봉사/활동인증봉사 중 본인에게 필요한 목적에 따라 선택하시고 봉사 지역, 봉사 분야, 활동 구분, 봉사 기간 등의 필터를 걸어서 원하는 봉사를 찾아 신청하시면 된답니다.

 

주거 환경 개선 봉사

이건 말 그대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하는 봉사에요. 주로 쪽방촌과 같은 열악한 시설에 대한 보수 및 개발 목적으로 시행되는데, 저는 용산구에서 진행된 쪽방촌 개선사업에 8시간 동안 참여를 했어요.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라는 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여러 가구나 청소용품, 건축 자재들을 쉴 새 없이 날라야 하는 고강도 육체노동 활동으로 이루어집니다. 쉽게 말해서 막일(?)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봉사 OOTD ^.^

 

육체적으로는 정말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했던 모든 봉사, 아니 제가 했던 모든 일을 다 합쳐도 손에 꼽을 정도로 인상 깊은 경험이었어요.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합을 맞추어 봉사를 하는 행위가 당장 여기서 거주하시는 노인분들의 주거환경이 된다는 사실에 더욱 책임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봉사 중간에 봉사단장님이 직접 구워주신 삼겹살이 제 인생 최고의 삼겹살이었어요 ㅎㅎ

 

놀랐던 건, 방 한 칸당 누울 공간도 없고 정말 말 그대로 사람 한 명 들어가면 끝나는 넓이인 방이 즐비했다는 점입니다. 고시원의 절반정도 사이즈라고 생각하시면 더 와닿으려나요. 더 충격적인 것은, 이렇게 작은 쪽방촌 개선 사업마저 시에서 진행하는 복지 사업에 해당하지 않아 저희 같은 개별 봉사자들에게 맡겨졌다는 것입니다. 정말 저에게 주어진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고,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런 이면이 상존한다는 것에 대해 놀라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던 인상적 경험이었죠.

 

요양원 봉사

요양원 봉사는 많은 분들이 접해보셨을, 대표적인 봉사활동 중 하나죠. 저 역시 요양원 봉사를 총 2곳에서 도합 12시간 동안 진행했었어요. 요양원 봉사에서 느낀 것은 딱 두 가지로 표현할 수 있어요.

 

1. 사회복지사는 마치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와도 같다.

2. 노인분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도 훨씬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하신다.

 

많은 센터를 가본 건 아니지만, 가서 만나서 봉사 활동을 인계해 주신 복지사분들은 전부 마치 득도한 것처럼 엄청난 인내심과 어떤 상황에도 웃음을 유지하는 인성을 가지고 계셨어요. 그 모습이 저로써는 너무나도 대단해 보여서, 성스러움 마저 느껴질 정도였죠. 노인분들의 배설물이나 토사물이 묻은 옷가지들을 아무렇지 않게 빨래하고 건조하며,  노인 분들이 사용하시는 모든 식기구 및 물품들을 수시로 소독하고, 어떤 욕설이나 비난, 혹은 심한 고집을 듣더라도 절대로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꿋꿋하게 일을 해 나가시는 모습을 보고,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양원에는, 제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실버타운의 정정하신 어르신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노인분들은 많이 계시지 않았어요. 오히려 자식들이 부양의 부담을 느끼고 요양원에 맡겨두거나, 아예 가족에게 버림 당하거나, 일어나지를 못해서 매일 욕창이 생기지 않게 닦아드려야 하거나, 자신이 누군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분들이 대다수였어요. 엄연한 사회의 약자인 그분들에게 이 사회라는 것이 얼마나 매정할 수 있는지, 그 고통이 얼마나 큰 지를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던 계기였죠. 

굿윌스토어

마지막은 굿윌스토어 봉사입니다. 아마 '아름다운 가게'는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입지 않는 옷을 세탁해서 기부하면, 원가에 비해 훨씬 싼 가격에 저소득층 분들에게 옷을 판매하는 상생 차원의 사업인데, 굿윌스토어도 아름다운 가게와 거의 유사한 단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굿윌스토어 직원분들의 절반 이상은 장애인 분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장애인 분들의 일자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거죠. 아름다운 가게와 마찬가지로 헌 옷을 재판매하면서 저소득층 분들의 의류 문화에도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고요.

 

굿윌스토어 홈페이지 이미지

 

봉사자들은 거기서 주로 입을 수 있는 옷과 없는 옷을 분류하고, 가격표를 붙이고, 매대를 정리하는 일을 하게 돼요. 일은 보통 직원분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분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질 수 있었죠. 봉사를 하면서,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지적 장애인 분들에 대한 선입견이나 좋지 않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장애인 분들도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나가려는 의지가 그 누구보다 충만한,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이며 장애가 있지 않은 사람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부끄럽게도 그동안은 제대로 인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 봉사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봉사 이후에 제가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할 때 헌 옷수거함에 버리는 것이 아니라 굿윌스토어에 직접 기부를 하고 있답니다.

 

이왕 봉사할 거면, 의미 있는 봉사를 하자!

물론 시간을 채우는 것이 목적인 봉사라면, 쉽고 편한 봉사가 선호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직접 여러 봉사를 해보며 느낀 점은 여러 환경에 처하고 그들에게 봉사라는 행위를 통해 이입해보는 경험을 해보는 건 그동안 살면서 접근하지 못했던 시야와 사고방식을 열어주는 일이라는 점이었어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만약 봉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거나,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셨다면 나에게 새로운 가치를 알려주는, 의미 있는 봉사를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반가웠어요:) 다음에 또 봐요!!